초보운전이지만 출퇴근길에 음악을 틀지 않고서는 앞으로 갈 수 없다.
한 곡에 빠지면 수십 번, 수백 번은 들어야 그 곡을 놓아줄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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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해서 재생되었던 시간의 기억은 몇 분 안에 꾹꾹 담겨
시간이 흘러 그 곡을 다시 들을 때는 묵혀두었던 기억들이 쏟아져 흘러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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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에 잠시 멈춰있었는데
작년에 한참 공부를 하면서 들었던 곡이 재생되더니
한참 덥고 지치고 고단했던 기억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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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위해서 시간을 빚고 쌓아 올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 시간이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기특하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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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고통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 그림자가 남는다고 했다.
지금 누군가는 작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불확실한 미래에 청춘을 바치고 있을지도,
이미 캄캄한 터널을 지나왔을지도,
또 다른 길을 선택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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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겪은, 겪고 있는 모두에게
한여름에 그늘은 꼭 필요하다고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나무 밑에 그늘 하나가 생긴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