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 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도 그중 하나였다.
받으면 받은 만큼, 아니 조금 더 돌려주어야 마음이 편할 때가 많았다.
나중에 탈이 나지 않도록,
작은 서운함이 쌓여서 괜히 나도 모르게 당신들이 날 떠나지 않도록 하는 나름의 노력이었다.
하루 중 혼자있던 시간이 길기도 했고
내가 피해 주는 건 아닐까.
이따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답하기도 하며
그렇게 어느샌가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가 되었다.
언제쯤의 중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신경을 써주지 못했는데도 재은이는 스스로 잘 해내는 아이입니다.’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나도 이번 생이 처음인 탓에
세상에는 버겁고 모르는 일들 투성이다.
바동바동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기에는 세상이 쉽지 않고
혼자서 해내는 삶이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신세 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직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 아무에게 신세 지지는 못하고
오래도록 보고 싶은 사람, 곁에 두고 싶은 사람에게
야금야금 신세 지고 살고 있다.
언젠가 신세 갚을 일이 오길 바라며 곁에 두려고.
신세지는 것이 나름의 내 애정표현이 되었다.
어깨 한쪽씩 빌려주고 살아가는게
꽤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