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내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 있다. 미워하는 마음이 그렇다.
의식이 있을 땐 누군가를 싫어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한다.
미운 생각이 내 마음에 둥지를 틀면
어쩌면 그 대상을, 높은 확률로 나를 아프게 할 것이라는 것을
깨끗한 벽지에 진 얼룩같은 얼굴로 계속 내 일상을 괴롭힐 것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꾸만 그런 마음을 내 속에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내가 다른 탓인지,
함께 있어선 안될 사람이니 도망치라고 어딘가에서 신호를 보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에게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면 날 돌아보게 되지만
놀랍게도 꼭 내게서 답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오히려 이유를 찾으려 후벼 판, 움푹 패인 내 모습이 보인다.
내게 나쁜 사람이라면 내 삶에선 그걸로 족하다.
그저 서로 맞지 않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미움에는 논리가 없다.
매번 미움에 논리를 찾아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했지만 그냥 몇 번은 동굴 속 내 목소리를 들어주려 한다.
누군가가 이유 없이 미워질 수 있다.
번지르르한 이유 따위가 없어도,
그만한 일로 미운 마음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자책하는 이성을 향해
온 힘 다해 나는 기분이 나쁘다고, 속상하고, 억울하다고
말하는 내 마음에게 이유 없는 공감을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