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바닥을 스치며 내는 내 발소리는 길 잃어버린 주인과 다르게 길을 아는 것만 같았다.
‘넌 안전한 자연 속에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새소리도 묘하게 안심이 됐다.
사실 어찌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어디로든 가도 뭐 그만이다 싶었다.
그냥 길처럼 생긴 곳을 걷다 보니
앞서 걷고 있는 핑크색 귀여운 외투를 입은 백발 할머니가
뒤에서 들려오는 아주머니들의 수다 소리가
이 길이 맞나 보다 싶게 했다.
다시 길을 찾아낸 기특한 나에 대한 마음이
언젠가 길을 잃어버려도 다시 찾을 수 있는 지도가 될 테니
이제 나는 길 잃어버리는 것이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