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다녀왔다.
아직까지도 나는 자취방을 방이라고 부르는 걸보면
집이라고 불리는 곳은 뭔가 있나 보다.
아빠의 등은 아직까지 나를 숨기기에 충분하고
엄마의 품은 보이는 것보다 따스하다.
아침에 아빠가 내려주는 커피를 몇 잔씩 이어 마시고
저녁에는 엄마가 이름도 처음 듣는 차를 우려주었다.
아침저녁으로 마신 것들에 무슨 힘이 있는지
입안에 염증에 남아있는 채로 도착했는데
일주일째 낫지 않던 염증이 하룻밤 만에 모습을 감췄다.
본가 내방에 남아있는
오래 전의 내 취향을 다시 마주하는 일은
이제는 친하지 않은 친구를 보는 것처럼
반가우면서도 머쓱하다.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거쳐온 시간들이 정리가 안된 채로 섞여있었다.
책장과 서랍장 정리를 오랜만에 했다.
야자 시간 친구들과 주고받은 쪽지들
쓰다 남은 지우개와 연필
간간이 썼던 일기장
작고 귀여운 기념품들
손때묻은 내 기억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이것저것 비워내니 여백이 가득한 방이 생겼고
그것 나름이 보기 좋아서 한동안을 보고 있었다.
모든 기억들이 결국 사랑을 가리킨다고,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