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재은, 나의 재은

다음 생엔 마호가니 가구가 될테야


반창고의 힘을 믿어

나도 나를 위로할 수 없는 그런 일이 있어.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스스로는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마음이 있어.
가구를 조립하고 나서 길을 잃은 나사를 몇 개씩 손에 쥐고는 자리를 찾아주지 못하는 그런 마음.
이럴 때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
엄마는 “우리 딸에게 빨리 단 걸 넣어줘” 하며
단 걸 사주거나 “맛있는 걸 먹여줘” 하고
애교 섞인 말로 날 위로해 줘.
괜히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날은 친구에게 전화를 해.

내가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걸
지켜본 친구들이 있어.

흔들릴 때 내가 얼마나 강했던지 말해주며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줘.
“난 니가 그 여름에 너에게 일어난 일들을 버텨내는 걸 보며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라든지
“난 니가 잘 해내고 있다는 걸 알아”
“니가 잘 해낼 거라는 건 너무 당연한 거잖아, 마호가니 나무가 될 거라던 재은이는 이런 걱정 하지 않을 거야”
“너랑 그 사람이 가는 길은 다른 길이야. 그 사람이 오르막을 선택했다면 넌 또 다른 길을 가는 거야”

누군가가 붙여주는 반창고는 각자가 모양도 색도 달라. 
어떤 반창고는 달콤하고
어떤 반창고는 따뜻한 포옹이고
어떤 반창고는 엽서 위에 쓰인 글이기도 해. 

반창고가 떨어지고 붙여지고를 반복하면
낫지 않을 것 같은 내 상처는 아물고
마음이 한 겹 더 두꺼워진 걸 알 수 있어.
그래서 나는 반창고의 힘을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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