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묶어주던 때가 있었어.
아주 어렸지만 아빠가 머리 묶는 게 서툴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지.
몇 번 제자리 뛰기를 하면
금방이라도 풀릴 듯 헐렁하게 묶어주었잖아.
기억나?
자다 깨서도 나를 학교로, 독서실로 데려다주던 아빠를 기억해.
요즘 따라 짜증 한 번 내지 않던 아빠를 닮고 싶어.
나는 가끔 뾰족뾰족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밉기도 하고
여전히 혼란스러워.
볼게 많고 알아야 할 게 많고
아무것도 몰라도 모두가 그러려니 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해.
돌아갈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지.
이제 머리끈 자국은 없지만
그 기억은 오래오래 여기에 남아
혼자서도 머리를 꽉 묶을 수 있는 지금까지
이따금 피어올라.
어디 한번 이 따뜻한 기억을 장작 삼아
오래오래 온기를 품어볼게
연료를 태워 앞으로 나아가볼게
나의 속도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이렇게 하는 거 맞지? 아빠!
아빠의 답장
나도 너에게 배울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