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재은, 나의 재은

다음 생엔 마호가니 가구가 될테야


딸-3

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묶어주던 때가 있었어.
아주 어렸지만 아빠가 머리 묶는 서툴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지.
제자리 뛰기를 하면
금방이라도 풀릴 헐렁하게 묶어주었잖아.
기억나?
자다 깨서도 나를 학교로, 독서실로 데려다주던 아빠를 기억해.

요즘 따라 짜증 한 번 내지 않던 아빠를 닮고 싶어.
나는 가끔 뾰족뾰족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밉기도 하고
여전히 혼란스러워.
볼게 많고 알아야 많고
아무것도 몰라도 모두가 그러려니 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해.

돌아갈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지. 

이제 머리끈 자국은 없지만 
그 기억은 오래오래 여기에 남아 
혼자서도 머리를 꽉 묶을 수 있는 지금까지
이따금 피어올라. 

어디 한번 이 따뜻한 기억을 장작 삼아
오래오래 온기를 품어볼게
연료를 태워 앞으로 나아가볼게
나의 속도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이렇게 하는 맞지? 아빠!

아빠의 답장

나도 너에게 배울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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