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노란양탄자를 타
고백하자면 전에는 가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가을바람이 불어 머리를 헝클어트리면 다시 매무새를 정리해야 했다.
초록 생기를 머금던 잎사귀가 나무와 연을 끊고 바닥을 구르는 계절을 좋아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계절을 좋아하는 순으로 나열하라면 꼭 가을이 2등을 차지했지만 그 이유는 가을이 단지 1등인 봄과 그나마 비슷한 계절이기 때문이었다.
문득 은행잎이 빗소리를 내며 떨어질 때,
그때부터 가을이 좋아졌다.
노란 양탄자가 데려다주는 길이 요즘 참 좋다.
따뜻한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 저녁이면 켜지는 골목길의 불빛들이 어느때보다 따스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먹지도 않는 콩국 트럭을 보곤 반가움을 느끼기도 한다.
한 모금이면 끝날 계절이지만
난 매년 새로운 맛을 느끼겠지.
아빠
천막 비닐 위에 들깨 말린 더미 모아놓고
탁탁 깨를 터는 소리
찬바람에도 어쩌지 못하고
가을은 짧게 스쳐가네
엄마
가을! 이제 내 나이가 가을 막바지쯤인가?
그래서 지금의 내가 좋고 이 가을이 더 정겹다.
봄에 씨앗 뿌려 여름 동안 거름 주고 물 주고
때론 뜨거운 햇살에 조금 시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잘 익어가는 열매가 있다.
보기만 해도 예쁘고 웃음 짓게 하는
막바지 5% 튼튼한 알곡을 위해 힘쓰는
탐스러운 열매 울 딸 재은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