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리고 내일의 경계쯤, 애매해서 아무도 오지 않을 시간대에 24시간 코인 세탁소를 들러.
드레스코드는 파자마에 슬리퍼, 대충 집어 입은 후드티라면 완벽해.
주섬주섬 챙긴 빨랫감을 세탁기에 던져 넣어.
깨끗하게 세수를 마친 맹숭맹숭한 얼굴을 헤드셋 사이에 파묻고 기왕이면 재즈를, 원한다면 다른 노래를 틀어도 좋아.
세탁기가 자비 없이 내 빨랫감을 주무르는 걸 구경해 봐.
봐! 내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바쁜 동그라미를.
아아아 아무 생각이 없어질걸!
뱅글뱅글 그뿐이야. 가끔 거품들이 춤을 추고 수없이 치는 작고 거친 파도를 봐.
저 작은 동그라미 안에서.
늦은 시간대 세탁소에 있는 건 비행기를 타고 있는 것 같아.
이륙 후에 창을 지나는 구름을 보면 잠시 그 어딘가에 속하지 않는 나를 발견할 수 있듯.
그럼 내가 가진 고민은 별거 아니게 느껴지잖아.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자유롭지.
비행기모드는 지상의 일들에 면죄부를 쥐어주니까. 고민의 무게가 구름만큼이나 가벼워질거야.
자 이제 깨끗해진 빨랫감을 건조기로 옮길 차례야. 건조기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지.
한 십분 정도는 그냥 구경하다가 유리 너머로 따뜻함이 느껴지면 손바닥을 한 번 대봐.
아마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심장까지 전해질 거야.
잠시 지상에서 비행기 모드를 충분히 즐겼길 바라.
뽀송하고 따뜻한 섬유 유연제 향기가 꿈 속까지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