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없어졌다.
추적 시스템에선 이틀 전에 도착했다는데, 현관문을 열면 머쓱한 복도만 보였다.
내가 찾던 택배는 중앙도서관에서 보낸 다섯 권의 책이 든 상자였다.
기사님께 전화드려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기사님은 내 말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말로만 답했다.
기사님이 말하는 택배는 주황색 봉투로 엊그저께 집 앞에 두고 갔으며 그 택배가 중앙도서관에서 보낸 것이라 했다.
내가 찾는 택배는 상자 형태이고 심지어 엊그저께 나한테 온 택배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번 학기에 이용했을 때도 다섯 권이면 상자에 담겨 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 번 더 확인을 요청드렸다.
돌아온 말은 좀 전보다 더 퉁명스럽고 무시가 묻은 몇 마디였다.
결국엔 CCTV를 돌려보든 중앙도서관에 전화를 하든 다른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해결할 일이 생긴 데엔 크게 귀찮다거나 화가 나진 않았는데 그 몇 마디가 기분을 설렁이게 했다. 기사님과 마지막 전화를 할 때는 나도 내 목소리가 가라앉고 딱딱해지는 것을 느꼈다. 바닥에 붙어있는 다정을 긁어내어 겨우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음악을 틀고 뜨겁다 싶은 물로 정수리부터 발을 적시니 마음이 조금 고요해졌다.
다음은 중앙도서관 교직원분께 전화를 드려야 했다.
여러 번의 수신호가 지나고 전화를 받으신 분께 한 번 더 같은 일을 설명드렸다.
이미 아침부터 무심함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기대가 없었다.
“놀랐겠어요. 저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다시 살펴볼게요.” 라는 말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보이지 않지만 반대편에 앉아 공감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계신 것만 같았다.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다정이 가끔은 더 따뜻하기도 하다.
다정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강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긁힌 상처도 아물게 한다.
아무튼 네모난 택배 상자는 복도 끝 다른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다정한 내용물을 담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