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재은, 나의 재은

다음 생엔 마호가니 가구가 될테야


비오는 날, 학교


비가 오는 날은 늘 타고 다니던 자전거 대신

아직 빗물이 채 마르지 않은 우산이 나를 기다린다. 

열어둔 열람실 창문 틈으로 젖은 공기가 나를 툭 치면, 잠시 밖을 보며 멍하게 있기로 한다.

바람에 휘휘 나뭇가지가 손을 젓는걸 보면 집에 가고 싶어져.

그래서 비오는 날은 평소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나 오래 다니고 있는 학교인데도 정이 가지 않는 것이 신기하지.

학교 안 고양이들이 꼬리를 부 르 르 하고 터는 걸 구경하거나

가끔 비오는 날의 학교를 볼 때면 그래도 학교가 꽤나 사랑스러워 보인다.

비를 머금은 학교 바닥은 가로등의 좋은 도화지가 된다.  

나무와 흙이 온몸으로 싱그러운 물기를 내뿜으면 나는 이 때다 싶어 몸이 들썩거리게 숨을 들이마신다. 

평소보다 밝은 밤과 집에 간다.

오늘 공부한  것들이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음— 기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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