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고 깨달았다. 잠들어 버렸구나.
그래도 용케 형광등은 끄고 잠들었네.
새벽이 싫어. 특히 잠들었다 일어나 맞게 되는 새벽이
어제의 끝인지 내일의 시작인지 모를 어정쩡한 시간대에,
작별 인사를 하고 보낸 새벽이 다시 꿈속에서 헤매는 나를 건져올린다.
머쓱함으로 따지자면 “그럼 다음에 봐”하고 인사를 나눈 뒤에도
가는 길이 같아서 계속 같은 길을 걸어가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새벽을 생산적으로 써내는 누군가를 보면 마음속에 부러움이 떠오른다.
우연히 마주치는 새벽은 아직도 너무 어색하기만 한데.
누군가는 새벽을 좋아하기도 하던데.
언젠가는 내가 새벽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새벽이 왜 싫은지 설명하려니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아마도 낮이나 밤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불안이 차오르고
뭔갈 하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잠을 깨려 하기에도 잠에 들려고도 시도하기 애매해서,
뭔갈 먹거나 마시려 해도 몇 가지 고민이 따라오고,
혼자 누워있는 것이 새삼 이상해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닌 먼 미래가 걱정이 되어서,
아니면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생각나서,
그래서 새벽이 달갑지 않다.
할 일이 남아서 질질 끌고 있는 어제의 끄트머리가 되어버린 새벽말고
잠든 눈꺼풀을 노크해대서 날 데려온 새벽을
반갑게 맞아줄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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