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재은, 나의 재은

다음 생엔 마호가니 가구가 될테야


2020.7.3의 나에게

오늘 많이 힘들었지. 알아 어제도 새벽 커튼이 걷힐 때까지 너는 책상에 앉아있었잖아. 몇 시간 눈 붙이고 일어나서 다시 학교 열람실로 갔던 날이었어. 열심히도 살고 있었다 그치?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해. 밥 달라고 우는 배에 힘을 꽉 주며 참다가 동기랑 수제버거를 배달해서 먹고 나면 나른해져서 집에 가고 싶을 거야. 어제도 오늘도 온 힘을 다해 살았으니 하룻밤은 집에서 편하게 공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야. 하루 종일 비가 오지 않다가 네가 출발하고 몇 분쯤 지나면 보슬비가 바닥을 짙게 칠하는 게 보일 거야. 서두르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잖아. 우리 학교 방지턱은 왜 이렇게 높은 건지, 왜 이렇게 미끄러운 건지 모르겠어. 발목이 많이 아프지. 너무 놀랐을거야. 그래도 너는 정신을 차리고 119에 신고를 해. 시험 삼일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꿈을 꾸는 것 같겠지. 그래도 꿈이 아니야. 응급실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사진을 찍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에 머리가 하얘질 거야. 일주일 동안 뼈가 부러진 상태로 수술을 기다리며 시험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고 착잡할 거야. 나도 사실 내가 못해낼 줄 알았어. 중간에 그만둘까? 일 년을 쉬어야 하는 걸까? 공부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열도 계속 나고 잠도 악몽만 꾸느라 사일 정도는 잠에 든 기억을 찾기 어려워. 그런데 다 이겨내더라. 정말 놀랍게도,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한 사람이였어. 나 스스로 해낼 거라 믿지 못했던 일도 결국 끝이 나고 너는 도망치지 않고 상황을 마주해. 수술은 아주 잘 될 거야. 적어도 의사선생님은 뿌듯해하더라. 비록 네가 예상하던 것보다는 엄청 아프고 핀을 더 많이 박아. 무통주사가 효과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수술 첫날밤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아파. 그래도 다음 날은 오고 그 뒤론 긴긴 지루한 입원생활이 있으니까. 너무 걱정마. 입원 생활도 일주일 뒤면 끝이나. 그래도 넌 앞으로 건강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고 무언가를 위해 건강을 희생하지 않을 거야. 내가 이런 일이 없었더라도 건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있었다면 억울하니까 없었을 거라고 하자. 난 지금 너무 감사해. 아팠을 때 옆에서 걱정해주고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이 힘든 일을 이겨 내준 나 자신에게도. 모든 일은 지나가. 쉼 없이 달려온 삶에 잠시 쉰다 생각하기로 했어. 가족들과 더 많이 대화할 수 있어서 나는 행복해. 그러니 앞으로의 이주동안 조금만 더 힘내줘. 너는 그 힘든 일을 해내더라.

By:

Posted in:


댓글 남기기

워드프레스닷컴으로 이처럼 사이트 디자인
시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