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재은, 나의 재은

다음 생엔 마호가니 가구가 될테야


타이밍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마음이 굵고 얇은 실타래들로 얽혀 기분 나쁜 소음을 내고 있다. 가끔씩 이어폰을 주머니에 넣어두면 당장은 쓰지 못하게 엉킨다. 한 거라고는 방치한 것뿐인데 주인 마음 모르고 꼬인다. 그래도 기분이 괜찮은 날에는 “이정도야”하고 넘어갈 수 있다. 단지 오늘이 그 날이 아니었을 뿐이다. 모든게 어긋나는 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다. 평화를 깨트리는 일은 아주 쉽다. 무시하고 있던 것들이 삐져나오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니까 무시하지 말았어야지” 어디서 이런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실수가 반복되면 습관이라 했다. 마음을 무시하는 습관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내가 되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내가 상하기 시작하면 내 주변 사람들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경우 마찬가지로 내가 상대에게 꼬인 이어폰이 되기도 한다. 그 사람의 하루가 괜찮았다면 꼬인 나는 그대로 넘어가기도 한다. 꼬인 내가 상대도 묶게 되는 날은, 그날은 그래.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원인은 우리 둘이 꼬인 탓이지만 우린 그 순간을 탓한다. 날씨를 탓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다. 그래서 우리가 바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손 댈 수 있는 것이 없다. 날씨가 그렇듯이. 나와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습관이 무섭다. 당장 지금은 도망치고 싶다. 누군가 또 도망치는 나에게 겁쟁이라 할 것 같다. 귀와 눈을 막아도 느껴지는 걸 보니 말하는 사람은 또 나구나.

지금 우리의 타이밍이 좋지 못하다. 이 서러운 소음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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